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새우젓 마을, 광천의 탄생 TV 프로그램 1박2일 복불복 게임의 대명사가 된 ‘까나리 액젓’이 등장해 맹위를 떨치기 전까지 가장 유명한 젓갈은 ‘새우젓’이었다.
물론 지금도 소비가 가장 많은 것은 새우젓으로 충남 홍성군 광천에서는 전국 새우젓 생산량의 약 60퍼센트가 팔려나간다. 김장철이면 어느 지방이건 새우젓이 기본양념이 된다.
그뿐이랴, 삶은 돼지고기를 찍어 먹을 때 새우젓은 돼지고기 냄새를 없애고 끝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며, 입맛이 없을 때 고추와 고춧가루를 섞은 새우젓을 밥에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밥상 위 새우젓은 양념, 무침, 찌개 등 각양각색의 맛으로 변주한다. 여러 문헌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젓갈 문화는 조선시대에 가장 발달했는데 생합젓, 잉어젓, 토하젓, 홍합젓, 가자미젓, 밴댕이젓, 황석어젓, 석화젓 등 그 종류가 180여 종에 이른다. 더운 여름철 음식을 저장할 목적으로 만든 젓갈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발달했고 보부상들이 전국 각지로 유통했다.
광천이 새우젓시장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것도 조선시대부터였다. 광천읍의 ‘독배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옹암리에는 포구가 하나 있었다. 안면도, 원산도, 외연도 등 인근 섬에서 생산된 새우, 미역, 김 등 수산물을 크고 작은 배 120여 척으로 들여오는 집산지였다.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특히 새우는 바닥이 얕은 바다에서 서식하기에 너른 갯벌을 가진 서해안 새우는 광천으로 모여들었고 광천은 자연히 새우젓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광천을 본부로 해서 인근 홍주, 결성, 청양, 보령, 대흥 등 6개 군의 서해안 새우젓은 내륙 지방으로 뻗어나갔고, 지역 상권은 나날이 번성해 신안, 강화도, 당진, 군산 등에서 잡은 새우로 젓갈을 담아 팔았다.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광천독배로 시집 못 가는 이 내 팔자!’라는 타령과 ‘관청 많은 홍성에서는 아는 체 말고 알부자 많은 광천에서는 돈 자랑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광천은 인근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풍성하고 윤택한마을이었다.
하지만 광천의 번영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옹암리 갯고랑에 토사가 쌓여 뱃길이 좁아지면서 점점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1997년 보령방조제 사업으로 포구가 완전히 문을 닫자 포구 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했고 광천의 화려한 시대도 끝나가는 듯했으나 광천에는 ‘토굴 새우젓’이 있었다. 마을 뒤편 야산 ‘당산’ 아래에 있던 토굴은 판도라에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처럼 ‘광천’에 ‘새우젓 고장’의 이름을 남겼고, 사람들은 광천 새우젓을 찾아 전국에서 다시 몰려들었다.중부 지방 최대 해산물 집결지였던 광천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광천을 오롯이 지켜낸 ‘토굴’에서 곰삭은 맛이 사람들의 입맛과 마음을 훔친 것이다.


- 동굴에서 익어가는 웅숭깊은 맛 -
광천 토굴 새우젓 맛은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냉장고나 기계식 저장고가 따로 없던 시절, 보관이 어려워 고민했던 고 윤병원 씨는 일제강점기 때 금을 캐던 폐광이 항상 서늘한 것을 떠올려 이곳에 새우젓을 저장해보기로 했단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저장은 물론 맛까지 월등했다. 이후 토굴 저장법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독배마을 뒤편 야산인 ‘당산’에 토굴을 파 새우젓 저장소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현재 독배마을 토굴은 40여 개에 이르게 됐다.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100여 개가 넘는 광천 새우젓시장 상점들은 저마다 독배마을의 토굴을 소유하고 있는데 규모가 작은 상점들은 마을 토굴을 활용하는 방식이다.토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중을 나오는 것은 서늘한 바람에 섞여 있는 젓갈 고유의 쿰쿰한 비린내다.
당산의 암반을 꼬불꼬불 파 들어간 토굴을 따라가면 곳곳에는 수십 개의 새우젓 드럼통이 모여 있다. 새우젓 외에도 갈치속젓, 밴댕이젓, 매실청, 개복숭아, 쇠비듬 효소 등이 커다란 항아리마다 익어가고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토굴은 광천 사람들의 기반이자 생활 공간인 것이다. 동굴 깊숙이 들어가면 천장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이에 주인은 “건조한 토굴은 죽은 굴”이라며 “물이 배어나오는 것은 토굴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토굴이 살아 있어야 날씨와 관계없이 굴 내부 어느 곳에서나 섭씨 13~15도의 온도와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고, 그래야 새우젓 염도를 25도로 꾸준히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13~15도를 전후한 토굴 온도가 새우젓을 잘 숙성시킬 뿐 아니라 발효되면서 양념이 새우 속살까지 깊이 스며들고 짠맛 이상의 감칠맛을 갖게 된다. 광천 토굴 저장법이 유명해지면서 다른 지역에도 보급됐지만 모두 실패하고 광천 고유의 맛으로 뿌리 내린 것은 독배마을의 살아 있는 토굴 덕분이었다. 사실 포구가 문을 닫으면서 광천 지역은
직접 새우를 염장하지 않는다. 새우 산지인 신안, 목포에서 소금에 절인 새우를 사와 토굴에서 발효시키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맛의 차이는 확연하다. 영광 굴비가 영광 지역에서 잡은 생선이 아닌 영광 지역에서 건조시켜 고유의 맛을 내는 것처럼 광천 토굴 새우젓의 비결은 토굴에 있다. 젓갈은 사람이 담그지만 맛은 하늘이 낸다는 말처럼 토굴 안 물과 바람과 공기가 새우젓의 맛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밥상 위 밥도둑, 새우젓 젓갈 고장답게 100여 개 젓갈가게가 즐비한 광천 젓갈시장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새우젓이다. 상점 주인들은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새우젓 강의를 자처한다.
“젓갈을 담는 젓새우는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잡히는데 음력 5월에 잡은것은 ‘오젓’, 음력 6월은 ‘육젓’, 가을에 잡힌 것을 ‘추젓’, 겨울에 잡은 것은 ‘동백하젓’, 크기를 선별하지 않고 담근 것은 ‘잡젓’, 껍질이 두꺼운 보리새우로 담근 것은 ‘데떼기젓’ 혹은 ‘댓뚜기젓’이라 부르죠.”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같은 젓새우지만 이름만큼이나 맛도 다르다고 한다. 새우젓 중 최상품으로 꼽는 육젓은 산란기에 잡아 살이 통통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일품이다. 탱글탱글한 몸통을 그대로 유지해 씹는 맛도 좋고 단맛도 풍겨 고춧가루와 청양 고추로 양념해 밥 위에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오젓은 육젓에 비해 크기가 작고 살이 더 여물었다. 덕분에 찌개나 찜, 나물을 하기에 적합하다. 새우젓은 3개월 정도면 충분히 숙성되기에 초여름에 잡은 육젓과 오젓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먹는 것이 제격이지만 토굴 덕택에 비싼 육젓, 오젓을 1년 가까이 저장해도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단다.


가을에 잡히는 ‘추젓’은 주로 김장철에 사용된다. 육젓과 오젓에 비해 크기가 잘고, 살도 더 물러 가격도 낮지만 대신 살이 부드럽고, 짠맛이 덜해 감칠맛이 살아나 김장용으로 주로 쓰이고, 삶은 돼지고기를 찍어 먹을 때 좋다고 한다.
한참 새우젓 설명을 듣고 가게를 나서니 속이 더 출출하다. 시장 상인들이 하나같이 소개하고 나선 국숫집. 아니나 다를까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가게 안에는 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리가 없어 합석을 당연히 여기는 이곳의 인기 메뉴는 멸치 국물에 조갯살, 호박채를 넉넉히 넣어 끓인 바지락 칼국수와 머리 고기다.

충남 홍성군 광천 새우젓시장 토굴 새우젓의 역사와 유래

새우젓 고장에서 젓갈 한 번 못 먹고 오는 것이 섭섭해질 찰나 상차림에 새우젓이 떡하니 올라온다. 새삼 사방을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막걸리 한 잔에 머리 고기를 새우젓에 찍어 먹는 이들로 가득하다. 반가운 마음에 사람들을 따라 머리 고기를 덥석 집어 새우젓을 찍어 먹으니 짠맛에 금방 얼굴이 찌푸려지지만 살이 통통한 새우를 씹을수록 입안에선 감칠맛이 돌고, 젓갈 특유의 비린내 대신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문득 어머니와 고깃국을 먹으며 끝내 ‘눈물은 왜 짠가’라던 시인처럼 질문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광천 토굴 새우젓은 왜 단가’라고.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

My Instagram